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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일동의 인사와 동시에 박수갈채와 환호가 장마철의 폭우처럼 시원하고도 우렁차게 쏟아져내린다. 오페라 홀을 가득 메운 열기는 그러고도 한참은 부족하다는 듯 막이 내리고 난 뒤에도 한동안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채였다.

 

 그녀는 공연을 마칠 때마다 공연을 끝까지 지켜봐주고 함께해준 모든 관객을 향해 경의를 담아 인사한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 풍경이지만 쇼를 마친 직후의 관객석을 바라보는 이 순간만큼은 몇 년이 지나도 첫 크리스마스의 쇼를 선보였던 그때처럼 온 몸이 소리 없이 전율한다. 게다가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이지 않은가. 그때의 기억을 남몰래 꺼내보기 가장 어울리는 순간. 아마도 영원히 잊히지 않을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떠올리며 쿠사나기 네네는 무대의 막 뒤에서 홀로 잔잔한 미소를 머금는다.

 

 

  ‘쇼의 진정한 완성은 관객이 이끄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쇼를 보러 와주는 관객은 매번 다르니까 같은 내용의 쇼일지라도 똑같은 쇼는 없다는 것이다. …흠흠, 방금 내가 한 말 멋지지 않았나. 이 몸이 멋진 건 당연하지만 말이야. 하하하.’

 

 

  자문자답하듯 혼자 장황하게 이야기하고 혼자 만족했지. 그렇게 주의깊게 듣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갑자기 그 녀석의 말이 떠오른 건 왜일까. 그러고보니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였더라, 네네는 최근의 기억부터 하나 둘 되짚어보다 꽤 멀다고 할 수 있는 과거에 도착했다. 상당히 오랜 시간 ‘그들’을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녀는 상념에 잠긴다.

 

 

  그 ‘명언’의 주인공, 텐마 츠카사는 영화배우가 되었다. 최근에 츠카사의 팬이 찍은 그의 피아노 연주 영상이 기록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전국으로 퍼져나간 일화를 계기로 여러 제작사의 눈에 띈 그는 일본 전역에서 가장 유명한 톱 배우가 되었다. 그가 유명세를 얻으면서 과거의 원더랜드x쇼타임의 공연 영상 또한 몇 년 만의 역주행으로 차트 순위권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언제까지고 스테이지를 지킬 것만 같은 녀석이었는데, 의외였지. 그리고 츠카사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아마도…’

 

 

  에무 때문이겠지, 잠자코 생각하던 네네는 형언하기 어려운, 미묘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는다. 에무는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지금은 피닉스 원더랜드의 홍보이사로 부임했다.

 

  원더랜드x쇼타임의 홍보 덕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피닉스 원더랜드는 지금까지도 연일 최고의 전성기를 갱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눈부신 신화를 이룩한 일등공신이 바로 에무이다. 피닉스 원더랜드를 지키기 위한 그녀의 부단한 노력이 없었다면 원더랜드x쇼타임 또한 없었을 것이다.

 

  원더랜드x쇼타임이 활동을 중단한 이후, 에무는 직원들과 함께 직접 새로운 쇼 캐스트를 양성하기 시작했고 현재의 피닉스 원더랜드는 많은 쇼 캐스트 지망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무대가 되었다. 매번 새로운 어트랙션과 쇼를 선보이는 피닉스 원더랜드를 찾는 모든 사람들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재방문을 기약한다. 에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식으로 사람들의 미소를 지켜나가고 있다.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을 자신의 손으로 이루어나가면서 할아버지의 소망과도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에무는 자신이 웃게 만드는 사람들만큼이나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겠지.

 

  그런 에무의 모습을 보면서 츠카사 또한무언가 느낀 모양이다. 자신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발전하고 싶다고, 그렇지 않으면 에무의 곁에 남을 멋진 남자의 자격이 없다고 말하고는 영화배우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였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던 츠카사지만, 요즘에는 연기와 무대와 관련한 공부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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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네네는 자신이 동경해 마지 않던 꿈에 한없이 가까워졌다. 작은 극단의 조연으로 시작해 지금은 당당히 대극장의 중심에 서서 노련하게 자신의 노래를, 감정을 사람들에게 전한다. 더이상 주눅들거나, 부끄러워하지 않고 모든 관객에게 자신이 이 자리에 서있음을 황홀한 멜로디와 함께 당당하게 주장한다. 빠르지 않지만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꾸준히 내딛은 걸음이 모인 결과이다.

 

  매스컴에서는 그녀를 ‘천상의 디바’ 라고 칭한다. 루이는 네네와 관련한 기사를 네네에게 보내주며 ‘이 표현은 너무 진부한데, 나라면 다르게 표현했을 거야.’ 라며 진지하게 이명을 고민하고는 했다. 그럴 때마다 부끄러워하는 네네의 반응을 즐기는 게 루이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었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만 더 보낸다면 다신 루이와 연락하지 않겠다던 네네의 연락을 받은 이후로는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저녁 11시 반, 크리스마스 이브의 퇴근길. 삭막한 겨울의 활엽수는 노란 나뭇잎 대신 금빛 전구를 온 몸에 두르고 화려한 빛을 내뿜는다. 나뭇가지 사이사이로도 간간이 조명이 커튼처럼 하늘하늘 흔들리는 채로 걸려 있다. 평소의 밋밋한 점포의 간판들도 여러 장식으로 한껏 멋을 내 거리의 화려함을 더한다. 거기에 북적이는 사람들로 활기까지 더하니 완벽한 축제의 장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고보니… 슬슬 연락이 오려나?”

 

  루이는 네네가 새 극단에 들어간 이후로 모든 쇼를 챙겨보며 네네의 쇼가 끝난 뒤 열띤 표정으로 네네의 무대에 대한 소감을 말했다. 대부분이 긍정적인 수준을 넘어 열광적인 수준의 칭찬이었지만 중간중간 냉철한 분석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만, 루이가 본격적으로 연출가로서 일하게 된 이후로는 직접 쇼를 챙겨보기 힘들 때가 대부분이라 네네가 공연을 끝마치는 시간에 맞춰 장문의 문자를 보내는 걸로 방식이 바뀌었다.

 

  거리 구경에 정신이 쏠린 네네는 가방 속에서 고이 잠드는 휴대폰을 꺼냈다. 무음으로 해두어 미처 몰랐지만 많은 메시지가 와 있었다. 주변 지인들의 축하 문자, 부모님의 문자, 츠카사와 에무의 문자… 그런데 예상했던 인물의 문자는 여러 차례 살펴도 찾을 수 없었다.

 

  ‘루이도 바쁠테니까. 왠지 그동안이 열혈 학부모같기는 했지…’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건지 속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치 할로윈에 사탕을 받지 못 한 아이처럼 조금은 풀이 죽은 네네였다. 그러고보니 항상 먼저 연락을 건네오던 쪽은 루이였지. 네네는 그동안 자신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루이의 호의를 받아온 것이 아닌가 생각하며 반성하는 기분으로 터벅터벅 길을 걷는다. 이참에 먼저 연락을 해볼까 생각을 하면서도 평소 챙기던 연락조차 하지 못할 만큼 바쁘진 않을까, 지금 연락하면 왜 오늘은 연락하지 않았냐는 독촉의 뜻으로 받아들이진 않을까하는 이런 저런 걱정이 네네의 머릿속에서 슬금슬금 튀어나온다.

 

 

  “그래도 이번에는… 먼저 보내봐야지.”

 

 

  엄청 큰 결심을 한 듯 혼잣말을 뱉고 양 주먹을 꽉 쥐어보고는 휴대폰을 들어 말을 계속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두 눈을 꾹 감고 “전송” 버튼을 누른다. 추운 날씨에 손 끝이 빨개졌지만 전혀 신경쓰이지 않는 듯 양 손으로 휴대폰을 꼭 쥐고 긴장한 채 집으로 향한다.

 

  오늘 공연했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고, 점포의 귀여운 인형들과 각양각색의 특이한 케이크를 구경하기도 하고, 연인들의 비교적 노골적인 연애 행각을 구경하기도 하면서 마침내 집 앞에 도착한 네네는 집 앞에 누군가 서있는 것을 발견한다. 가로등을 등지고 서서 형태는 보이지 않지만 키가 큰 남성의 실루엣이었다. 네네로보를 불러야하나, 짧은 시간에 위험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아주 천천히, 조심스레 휴대폰 플래시를 켠 채로 집 앞으로 다가가던 네네는 실루엣의 주인공을 보고 너무 놀라 그만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루… 루이?”

 

 

  “네네…? 뭐야, 이 불빛은?”

 

 

  네네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주워 플래시를 껐다. 그러곤 여전히 당황한 채로 루이의 얼굴을 봤다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집을 봤다가, 휴대폰을 살펴보다가, 다시 루이를 바라본다.

 

 

  “연락도 없이… 무슨… 일이야? 놀랐잖아.”

 

 

  “연락 기다리고 있던 거야? 기쁜걸.”

 

 

  루이가 태연해보이는 얼굴로 네네를 빤히 바라보며 말하다 슬쩍 시선을 피한다. 밖에서 꽤 오래 서있었는지 귀 끝과 볼이 벌개진 채로 차 트렁크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를 꺼내는 루이를 네네는 여전히 한껏 당황한 채 도대체 루이가 자신의 집 앞에서 무얼 하는 건지 의문 가득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딱히, 그런건 아니지만… 이 시간에 집 앞에… 누군가 있으면… 다들 놀랄 거라고.”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미리 말해버리면 서프라이즈가 아닌걸.”

 

 

  평소보다 진중해보이는 루이를 보며 네네는 고개를 기울이다가 루이가 꺼낸 무언가에 시선이 닿았다. 그러더니 아까 휴대폰을 떨어뜨렸을 때보다 한층 더 혼란스러움이 더해진 얼굴로 고장난 네네로보처럼 서있었다.

 

 

  “네네, 오늘은 꼭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어. 왠지 놀라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지금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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